'김민경, 박선영 -1

트로트 뮤직비디오 '김민경, 박선영-봉동아 내 생강아'

나는 그 때 너밖에 몰랐다
너 하나면 잘 사는 줄 알았다
네 짙은 향에 취해
흙손에 머리가 흠뻑 
다 젖어 버릴때까지
너 하나만 바라보고 살아지더라

가뭄지고 눈물나도 네 곁을 지켰다
손마디가 붓도록 너를 어루만졌지
그렇게 너 하나를
내 몸에 새겨놓았다
내 생강, 나의 봉동아!

그 해는 유난히도 풍년이었다
금쪽같은 내 생강이 발에 치더라
초겨울 내 손 국수 한 줌 없는데
풍요 속 가난이 어찌나 서러운지

나 너뿐이었다
너 팔러 임실 가는 길
아무도 찾지 않는 생강을 밭에 묻고
너밖에 모르는 내가 
얼마나 답답하던지
내 봉동, 나의 생강아!

세월을 흘러흘러 꽃이 피더라
생강, 무강, 강수, 개약, 사랑의 생강
작아도 향내나는 네가 좋더라
세월이 흘러도 변함이 없구나

나 너뿐이었다
너 팔러 임실 가는 길
아무도 찾지 않는 생강을 밭에 묻고
그래도 네 덕분에 
내 인생 꽃이 피었다
내 생강, 나의 봉동아!
내 사랑, 나의 생강아!

클래식을 기반으로 작곡한 트롯트, [봉동아, 내 생강아!] 뮤직비디오는 완주문화재단의 지원으로 김혜경이 기획하여 봉동읍 쌍정마을 전준기, 조성자 부부(토종생강농부), 김민경(작곡가), 박선영(미술가)이 협업하여 만들었다. 

[작업노트] 
이야기의 주인공, 할아버지와 할머니가 뮤직비디오에 출연하였다. 인터뷰할 당시 옛날 쉽지 않았던 시절을 툭툭 이야기하시는 담백함을, 할아버지 할머니의 자연스러운 미소와 몸짓으로 보여주고자 했다. -박선영-

전준기 어르신 어릴 적, 생강 밭떼기를 못한 해가 있었다. 어머니와 아들은 정성을 다한 생강을 등에 짊어지고 임실로 생강을 팔로 가보지만 한 톨도 팔지 못하였단다. 따뜻한 국수 한 줌 먹지 못한 채 하룻밤을 겨우 보내고, 누가 볼 새라 생강 을 땅에 묻고서야 다시 봉동 집으로 떠날 수 있었고 집에 다다르면 동생들이 가 벼운 어머니와 형의 등을 보고는 생강이 다 팔려 돈을 들고 오는 줄 알고 그렇게 좋아했었다는 이야기다.
일모작인 생강을 팔기 힘든 때가 있었다면, 왜 다른 작물은 하지 않는지 여쭤보 니, “그 땐 생강밖에 몰랐어. 그래도 그 덕분에 지금 잘살잖아” 하시며 생강 팔 러 임실가던 소년 같은 웃음을 지으셨다. 그 시절을 함께 겪으신 조성자 어르신도 벌써 수십번 들으신 이야기인데도 정말 재미난 얘기를 듣는 듯한 표정이시다.
봉동 쌍정마을 전준기, 조성자 어르신의 이야기를 바탕으로 만들어진 “봉동아, 내 생강아!”는 이 땅에 맞는, 대대로 농법을 전수받은 생강만을 바라보며 사신 그들 의 삶을 해학적으로 풀어낸 작품이다. -김민경-